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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도착한 지 10여 일이 지난 후부터 일을 시작해야 했다.

 

한때는 두번다시 월급쟁이 생활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했었지만, 경제적인 이득을 떠나서

 

적당한 수준으로 일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다.

 

현지 분위기도 익히고, 가족과 떨어져 있는 시간도 가지고, 영어도 배우고, 건강에도 좋고..

 

 

결과적으로 제주에서 노력과 시간을 들여 공부한 조리사 자격증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긴 했다.

 

물론 처음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하루에 10시간 넘도록 일한 적도 있었지만

 

차차 상황이 나아지면서 초보 요리사로서의 경험들을 쌓아 갈 수 있었다.

 

한국인 레스토랑, 초밥가게, 학교 내 푸드코트, 디저트 카페 등등 첫 6개월 정도는 부침을 통한 경험을 쌓아가면서 

 

내가 할수있고 또 하고 싶은 일을 어느 정도 알아갈 수 있었고, 어떤 곳에서 어떻게 일하면 좋을지 스스로 선택하게 됐다.

 

 

그러던 중 우연히 들른 시내에 있는 한 브런치 카페에서 일을 시작했고 또 운이 좋게도 가장 오래 일을 할 수 있었다.

 

내가 가장 사랑하고 오래동안 일했던 카페. 그곳의 음식, 분위기, 사람들과 어우러짐이 좋았다. 언젠가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물론 그 곳은 나만 빼고 모두 현지인이고, 인간관계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함께 일하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친절하고 매너가 좋았으며, 특히 부산에서 영어 선생님을 하다가 만났다고 했던 사장님 부부가 정말 잘 대해 주었다.

 

한국을 그리고 부산을 사랑했던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그곳에서 일하면서 나는, 현지 사람들이 먹는 음식과 재료의 종류, 요리법, 조리 과정 등 요리에 관련된 기술뿐 아니라,

 

캐나다 사람들의 삶의 태도나 사회나 문화 시스템들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고, 그 과정을 통해 개인적으로도 많이 성장했다.

 

 

얼마전 코로나로 인해 문을 닫았다가 최근 다시 문을 열었지만, 내가 돌아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것은 흡사 자의든 타의든 한때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졌다가, 어느날 다시 만날 약속을 하는것과 비슷한 상황일 것 같다. 그러니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다만 나의 입장이 있을 뿐.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또한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에 맡기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내게 부여된 기회에 감사하며,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묵묵히 그러나 나답게 살아가는 것뿐이다.

 

그러다 보면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좋지만 가까운 미래에 또 다른 배움과 성장의 기회가 다가올 것이고, 그때 나는 두렵지만 피하지 않고, 또 부딪혀 보겠다.

 

유학와서 일을하지 않으면, 성장의 기회도 그만큼 줄어든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사실은 서울을 떠나면서 생각한 것이기도 하다. 

 

내가 지금 배우고 있는 있는 요리든 영어든 그 무엇이든, 다른 사람이 어떠한 상황에도 나에게서 빼앗아 갈 수 없는 

늙어서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나만 의 삶의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것.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내 인생의 중요한 질문 -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떤 태도로 삶을 살 것인가 - 에 대한 나의 대답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

 

 

그러고 보면 난 이곳에서,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디서 일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고, 이제 어느 정도 그 방향을 알고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 끝이 어디로 이어질지 지금은 확실히 알지 못하지만, 그런 안개 자욱한 숲 속을 걸어가는 것이 내 인생이라면

 

그것 또한 좀 더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