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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도착하자마자 겪었던 좌충우돌은 할많하않...

 

돈을 많이 가지고 온 유학이나 이민이 아니었기에 집을 구한 후, 바로 일자리를 알아보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대학에서의 첫 학기도 시작되었다.

 

다행히 한국에서 전공했던 과목과 비슷한 내용이었고, 일주일에 세 번 저녁에만 가는 수업이어서 낮에는 여유 있게 일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됐다.

 

그리고 십여년 전의 외국 대학원 경험에 근거한, 아니 근거 없는 자신감에 휩싸여 수업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당시 나는, 영어를 대한민국 같은 나이 때의 사람보다 평균 이상 구사한다고 생각했다. 

 

그냥 대충 수업이나 받으면서 일이나하면서 해외생활을 즐기자라는 마음이었달까. 대부분 나같이 학교를 다니며 아이들을 현지 학교에 보내는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이 많아서 더욱 그런 기대가 컸는지도 모르겠다. 

 

첫 일년은 일하는 시간 뺴고 노빠구로 진짜 열심히 놀았다. 물론 수업이나 과제에 나름 최선을 다 하긴 했지만 내 노력과 능력이 부족했다. 

 

마지막 학기를 남긴 상황에서 이야기하는 거지만, 결론적으로 완전한 오산이었다.

 

십여년전의 대학원 수업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난 한국인 중에서도 영어 못하는 그룹에 속했다. 또 성적도 내가 아는 한국 사람들 모두를 합쳐도 평균 이하인 것 같았다.

 

물론 일을 하면서 수업을 한다는게 핑계가 될 수도 있고, 성적이 나쁘더라도 나 스스로 만족하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난 둘 다 아니었다. 주어진 여건에서 나름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일면 일부 한국학생들이 말하듯 수업은 비자 유지용이기 때문에 낙제점만 받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나도 그런 말로 나의 안일함과 게으름에 스스로 면죄부를 주었던 적도 있었다.

 

당연히 명석한 두뇌를 가진것도 아닌데, 자만심에, 또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노력도 하지 않았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세번째 학기부터는 나만의 곤조(?)가 생겨서 비교적 점수를 후하게 주시지만 수업은 별로 재미없는 교수님들의 수업은 배제하고, 과제도 많고 수업도 힘들지만 재미있고 배움이 있는 교수님의 수업을 골라 듣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그 과정은 힘들었고 생각보다 점수가 잘 나오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그 시간들을 통해 무언가 배울 수 있고 더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다가오는 9월의 마지막 학기도 두렵다고 피하지 않고, 개인적인 성장을 위해 도전하려고 한다. 물론 아쉽게도 온라인 수업이지만 말이다. ㅎㅎㅎ

 

아름다운 도서관. 그러나 이곳에서 공부한 시간은 많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나에게 학교 수업 중 가장 어려운 점은 과제나 발표를 쉬운 방법으로 하고 싶었던 유혹이었다. 요새는 번역기의 성능도 좋고 온라인에 자료가 넘처나서, 사실 쉽게 과제를 하려면 방법은 많다. 더구나 같은 수업 들었던 선배나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학점 치트키를 사용할 수도 있다.

 

내가 이런 방법들을 아예 활용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최대한 내 힘으로 하려고 노력했다.

 

아직도 눈이 파랗고 머리가 노란 사람들 앞에서면 벌벌 떨리고, 수업시간에 질문을 받으면 말 한마디 하기 힘든 현실이지만 점차 수업 시간에 손을 들고 질문도 하고, 후들거리는 손을 다잡고 사람들 앞에 서서 말을 더듬더듬 말하는 나를 대견해하기도 했다.

 

지금은 보잘 것 없고 평균학점 이하의 학생일지라도, 그렇게 조금씩 성장하는 나를 보는 게 훨씬 좋았다.

 

마지막 학기는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이라는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역시 쉽진 않겠지만, 피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