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나

여행말고, 해외에서 몇 년 살아볼까? (1) [삶의 흐름이란게 있다면]

자유주의자 Freedumb 2020. 5. 17. 09:12

난 30대 후반에 조기 은퇴했다.

 

상황이 그렇게 되었던 것도 있었지만, 결국 결정은 내가 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일단 지긋지긋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고픈 맘이 컸다.

 

 

여행을 무척 좋아하던 나는 2015년 제주도로 삶의 터전을 옮기며, 여행을 아예 나의 삶 안으로 끌어들였다.

 

어쩌면 그 결정이 지금 여기, 캐나다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약 3년간의 제주생활은 즐거움 그리고 삶에 대한 고민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시간들이었다.

 

새로운 직업, 실험적인 삶의 방식에 대한 설렘과 함께

 

가장으로서 가정을 꾸리며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은

 

한 달벌어 한달 쓴다는 점에서는 도시의 생활과 크게 변함은 없었다.

제주에서의 생활은 오늘의 행복과 내일의 불안이 교차하는 시절이었다.

 

프리랜서, 동업, 월급쟁이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하며

 

좋아하는 것은 무조건 시도해보고, 싫어하는 것은 웬만하면 하지 않아도 되는 

 

어지금 돌아보면 썩 괜찮은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제주의 멋진 사계절, 차로 1시간 내로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산과 들, 바다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언제나 봐도 아름다웠고

 

그런 부분들이 우리 가족의 삶을 긍정적이고 밝은 쪽으로 이끌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순간순간 몸 전체를 관통하는 몇 가지 감정들 때문에 힘들기도 했다. 당연한 거 겠지만.

 

현지인과 이주민 중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계인의 삶과

 

큰 틀에서 보면 계속해서 자본주의 시장의 경제적인 노예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의 형태는 비슷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2018년 이후 요동치는 세계경제의 불안함 속에서 

 

관광산업에 대부분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 더욱 나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에 영어 관광통역사를 하고 있었던 나는, 차별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오랫동안 묵혀둔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다는 욕망을 펼칠 때가 왔다고 생각하며

 

과감히 제주도를 떠나 스페인으로 가고 싶다는 뜻을 아내에게 말하게 되었다.

 

당시 우리에겐 2살 아들과 4살 딸이 있었다.

 

그리고 2018년 9월 온 가족이 부산으로 유학박람회를 다녀온 후 

 

스페인에서 시작된 우리의 해외살기 계획은 캐나다행으로 바뀌어 결정되어 버렸다.

 

만약 삶의 흐름이란게 있다면, 우리 가족은 그 흐름에 자연 스럽게 몸을 맡기게 된 것이었다.

 

이 부산 여행 후 석달 뒤, 우리는 캐나다에 있게 된다